서울의 달콤함은 잔혹하다… 정이현의 도시를 읽는 당신의 속마음
서른한 살 은수는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다. 7년차 직장인,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흔들리고, 타인의 시선과 자기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말이다. 정이현의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2007년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며 당시 직장인 여성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도시라는 공간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모순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왜 지금 다시 읽는가, 20대와 30대의 경계에 선 이들에게
소설 속 은수는 서른한 살이다. 스무 살 때는 서른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자 삶은 더 흔들린다. 본문 146쪽에서 은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 세상에 인간의 힘으로 이해 못할 인간의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이틀만 지나면 나는 서른두 살이 된다. 고작 서른둘이다."
이 대목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독자들에게 특히 와닿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은수는 그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해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기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 소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도시에 사는 미혼 여성의 불안과 욕망이 결코 낡은 주제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도시의 사랑은 왜 이렇게 외로운가
은수의 연애는 세 명의 남자를 축으로 전개된다. 윤태오, 남유준, 김영수. 본문 115쪽에서 은수는 이들을 "객관식 선다형 문제"라고 표현한다. 마음 가는 것과 별개로, 세 개의 보기에는 각각 잉여와 결핍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결정을 유예하며 이렇게 말한다.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 밤, 세상에서 가장 우유부단한 인간 오은수가 내린 중차대한 결정이다."
이 선택의 유예는 단순히 연애의 문제만이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대한 태도다. 본문 180쪽에는 이 소설의 정수가 담긴 문장이 나온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각자를 고립시킨다. 은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랑을 시작하고, 그 사랑이 또 다른 고독을 낳는 순환을 반복한다. 독자는 은수의 연애를 통해 우리 도시의 관계 맺기 방식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그 취약함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내는지 목격하게 된다.
"어른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는 고백의 무게
소설에서 가장 도발적인 대목 중 하나는 본문 43쪽의 이 문장이다.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히 되고 싶지 않다. 성년의 날을 통과했다고 해서 꼭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미성년으로 남고 싶다."
은수가 말하는 '자발적 미성년'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책임과 의무라는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켜나 있는 상태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이 갈망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은수는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꼬질꼬질한 키보드를 꺼내며 2년여 동안 꼬리뼈가 저리도록 앉아 있던 의자와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 장면은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준다.
- 은수의 선택은 '도시의 금 밖에 남겨지는'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이다.
- 그녀는 후회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저지르는 일마다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떠는" 성숙한 태도를 거부한다.
- 이 모순적인 태도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지점이다.
당신의 도시에 사는, 당신의 은수는 어떤 모습인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것은 나의 도시에 사는, 나의 은수에 관한 이야기다. 당신의 도시에 사는, 당신의 인물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이 문장은 소설이 독자 각자의 경험과 결합해 다시 태어나는 작품임을 시사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2006년 국내도서로 먼저 출간된 후 2010년 전자책으로도 발행되었다. 책을 읽는 시점에 따라 은수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처한 상황이 우리의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본문 205쪽의 "사람은 왜 선을 넘는가. 끊임없이 선을 의식하고 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은수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독자가 직접 확인할 몫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선택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를 판단하기 전에, 우리 각자가 자신의 도시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Q.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Q. 이 소설은 어떤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가? 서른 안팎의 직장 생활을 경험해본 독자, 특히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미혼 여성 독자에게 공감대가 높다. 다만 도시적 삶의 관계 맺기에 관심이 있다면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읽을 만하다.
Q. 소설의 문체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정이현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이 돋보인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심리 묘사와, 도시적 삶의 코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서술 방식이 특징이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된 작품이지만 문체 자체는 크게 낡아 보이지 않는다.
Q.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원작과 차이가 큰가? 2007년 SBS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원작 소설의 큰 줄거리는 유지되지만, 드라마는 인물 관계와 결말 부분에서 각색이 더해졌다. 원작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소설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