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서는 포기했어요. 이 시계만은 꼭 되살리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며 박준덕 명장의 작업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 위치한 공인사는 죽은 시계를 살려내는 마법 같은 작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박준덕 명장은 영국시계협회(BHI) 최고 등급인 MBHI를 1984년에 취득했는데, 당시 80점이라는 기록은 4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았습니다. 동양인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유일한 영국시계협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난치병 시계 전문의, 박준덕 명장의 시작
박준덕 명장은 60년 넘게 시계 수리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가 다루는 시계는 일반적인 고장 제품이 아닙니다. 주요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거나, 다른 수리 기술자들이 포기한 시계들입니다. 흔히 “난치병 시계”라고 부르는 제품들이죠.
- 수리 불가 사유: 부품 단종, 심각한 부식, 내부 기계 구조 손상 등
- 주요 의뢰 사례: 유품으로 보관 중이던 시계, 생산이 중단된 명품 시계, 역사적 가치가 있는 회중시계
이런 시계들은 상업적으로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에서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박 명장에게는 다른 접근법이 있습니다.
시계 수리 불가 판정을 뒤집는 기술
박준덕 명장이 시계를 복원하는 과정은 단순한 수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는 시계 내부의 모든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서, 부러지거나 사라진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합니다. 시계는 기계공학, 전자공학, 물리학이 결합된 정밀 기계로, 헤어스프링 하나에도 삼각함수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가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계의 정밀 진단 – 상태와 손상 원인을 파악
- 부품 설계 – 단종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부품을 직접 도면으로 설계
- 부품 제작 – 수십 개의 작은 부품을 직접 깎아서 제작
- 조립과 조정 – 모든 부품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리게 조립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시계가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래의 정밀도와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입니다.
만주 독립투사 회중시계, 1년 만의 부활
박 명장의 기술력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말 만주 독립투사의 무덤에서 발굴된 회중시계입니다. 이 시계는 1840년대 스위스 파덱사가 제작한 명품이었지만, 수십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으면서 심각하게 부식되었습니다.
- 상태: 본사에서도 수리 불가 판정
- 복원 기간: 1년 이상
- 작업 내용: 부식된 부품을 모두 분석하고 수많은 부품을 직접 제작
이 시계는 단순한 수리 대상이 아니라, 독립투사의 삶과 역사가 담긴 유물이었습니다. 박 명장은 이 시계를 복원함으로써 기술적 한계를 넘어 역사적 가치까지 되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계 수리 기술, 예술과 과학의 만남
시계 수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박준덕 명장은 시계를 물리학의 집합체이자 예술품으로 바라봅니다. 시계 내부의 톱니바퀴, 태엽, 핸즈 등 모든 부품은 정밀한 수학적 계산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과학적 측면: - 헤어스프링은 삼각함수(코사인, 탄젠트) 원리를 이용해 정확한 시간 측정 - 톱니바퀴의 피치(pitch) 원리는 발전기, 모터, 항공기 등 다양한 기계 장치의 기초
예술적 측면: - 시계의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복원 - 원래의 외관과 감성을 최대한 보존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힙니다.
명장의 고민, 기술을 이어갈 후배
박준덕 명장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더 어려운 시계 수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기술을 이어받을 후배를 찾는 일입니다.
그의 작업실을 찾는 고객들은 단순히 시계 수리를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계에 담긴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런 요청에 응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시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현재 공인사는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 위치해 있으며, 전 세계에서 보내온 시계들로 가득합니다. 그의 기술이 후대에 이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난치병 시계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Q. 박준덕 명장에게 시계 수리를 의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 위치한 공인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연락하면 됩니다. 다만 의뢰가 많아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Q. 모든 시계를 다 고칠 수 있나요?
A. 박 명장은 거의 모든 시계를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소멸된 부품이 있거나 구조 자체가 복구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Q. 수리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시계의 상태와 복원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단순 수리가 아닌 부품 제작이 필요한 경우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박준덕 명장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자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시계라는 정밀 기계에 담긴 과학과 예술, 그리고 사람의 기억을 동시에 복원하는 장인의 헌신을 보여줍니다. 그의 손을 거친 시계들은 단순한 시간 측정 도구가 아닌,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