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산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건 단순히 ‘춥다’를 넘어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도 히말라야 6,000m급 고산을 오르거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텐트 밖에서도 끄떡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싼 장비가 아니라, 장비를 다루는 방식과 몸 관리 습관에 있다. 참고 자료에 등장한 극동계 백패킹 경험자들의 잠자리 기술을 정리했다.
한겨울 산에서 얼어 죽지 않는 ‘꾼’들의 잠자리 기술 7가지
겨울 산악 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손발이 멀쩡한 상태인지다. 추위에 취약한 부위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땀으로 인한 체온 손실을 막는 게 핵심이다. 경험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상황별로 나눠봤다.
1. 침낭은 무게보다 필파워로 고른다
겨울 산악인들이 침낭을 고를 때 보는 건 총 무게가 아니다. 충전재의 질을 나타내는 필파워 수치다. 참고 자료에서 히말라야 원정 경험자는 900필파워 구스다운 1,050g을 사용하는 침낭을 선택했다. 적은 우모량으로도 보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같은 무게에서 더 많은 공기를 품어 따뜻하다.
구스다운 비율도 확인해야 한다. 거위솜털 95%, 거위깃털 5% 구성의 침낭이 보온성과 복원력을 동시에 잡는다. 폴란드산이나 헝가리산 구스를 사용한 제품이 보온성이 뛰어난 편이다. 다만 다운 침낭은 텐트 결로와 호흡으로 발생하는 습기에 약하므로, 머리와 발 쪽에 특수 코팅 원단을 사용한 제품이 유리하다.
2. 매트리스는 에어와 발포를 함께 깐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침낭도 소용없다. 에어매트리스는 단열 성능을 뜻하는 R-Value 수치가 높은 제품을 쓴다. 한겨울에는 R-Value 6.9 정도의 제품이 널리 사용된다. 무게는 710g 수준으로 비교적 가볍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비가 터졌을 때를 대비해 발포 매트리스를 함께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에어매트리스가 터져 고생한 경험이 있는 백패커는 이후로 발포 매트리스를 항상 추가로 챙긴다고 한다. 발포 매트리스는 256g으로 부피가 작아 겨울 배낭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에어매트리스를 넣을 때 입으로 부는 수고를 덜고 싶다면 96g짜리 초경량 에어펌프를 쓰는 방법도 있다.
3. 텐트 바닥에는 전용 그라운드시트를 깐다
겨울철 텐트는 단열과 내구성 두 가지를 모두 신경 써야 한다. 텐트 바닥이 얼어붙은 땅에 직접 닿으면 실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텐트 사이즈에 맞춰 제작된 그라운드시트를 깔면 단열 효과와 함께 바닥 원단 보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참고 자료에서는 타이백 소재로 만든 맞춤형 풋프린트를 사용한 사례가 확인된다. 가볍고 튼튼해서 겨울철에도 부담이 없다.
4. 배낭은 겨울엔 80리터 이상을 쓴다
겨울 산행은 장비 부피가 여름의 두 배가 된다. 침낭, 매트리스, 두꺼운 의류, 식량, 비상용품까지 챙기면 70리터 배낭으로는 부족하다. 경험자들은 겨울철에는 80리터 이상의 대형 배낭을 사용한다. 여유 공간이 있어야 철수할 때 짐을 막 집어넣어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무게 분산도 중요하다. 힙벨트가 두꺼운 배낭은 골반으로 하중을 분산시켜 어깨 부담을 줄여준다. 사냥꾼을 위해 제작된 배낭처럼 등판 프레임과 배낭 사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무거운 짐을 효율적으로 메고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 옷은 입는 층보다 소재가 중요하다
겨울 산악인들의 옷차림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다. 하지만 소재 선택이 확실하다. 피부에 닿는 내복은 그물 형태의 소재를 사용한다. 땀을 흡수해 빠르게 말리기 때문에, 땀이 많은 체질이라도 옷이 젖지 않는다. 땀이 옷에 스며들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이 부분이 생존을 가른다.
겉옷은 방풍 기능이 핵심이다. 선자령처럼 칼바람이 부는 능선에서 입었을 때 버틸 수 있는 바지가 따로 있다. 안감이 기모로 처리되어 보온성을 높인 제품이 실제 사용자 평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바지는 옆 라인에 지퍼가 있어 등산화를 벗지 않고도 벗을 수 있는 구조가 편리하다. 바짓단 앞 고리를 등산화 끈에 고정하면 스패츠 없이도 눈이 스며들지 않는다.
6. 등산화는 미끄러움과 보온을 함께 본다
겨울 등산화의 선택 기준은 접지력, 방수, 보온 순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 덜 미끄러운 제품이 우선이다. 히말라야 원정용 등산화처럼 무겁더라도 보온과 내구성, 접지력이 뛰어난 제품을 선호한다. 발볼이 좁은 사람에게 유리한 제품도 있고, 20분 만에 발바닥 열성형으로 제작해 신발이 발에 잘 맞는 제품도 있다.
7. 잠들기 전에 몸을 말리고 따뜻하게 만든다
장비만큼 중요한 게 잠들기 전 몸 상태다. 겨울 산행 중에는 아무리 조심해도 땀을 흘리기 마련이다. 땀이 마르지 않은 채 침낭에 들어가면 잠든 사이 체온이 떨어진다. 내복이 그물 형태로 땀을 빠르게 말려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보온 재킷을 입은 채로 침낭에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Q. 겨울 침낭은 여름 침낭보다 무조건 비싼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사계절 활용이 가능한 분리형 침낭이 있다. 침낭 윗부분이 지퍼로 분리되는 구조로, 여름에는 600g 덮개만 이불처럼 쓰고 봄·가을에는 700g 침낭을 단독으로 사용한다. 겨울에는 두 개를 결합해 1,300g 구스다운 침낭이 된다. 국산 제품 중 이런 구조를 가진 침낭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
Q. 에어매트리스가 터지면 어떻게 하나?
예비로 발포 매트리스를 함께 가져가는 게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발포 매트리스는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겨울 배낭에 부담이 없다. 실제로 에어매트리스 파손 경험이 있는 백패커는 이후 두 종류를 모두 챙긴다고 한다.
Q. 겨울 산에서 장갑은 어떤 걸 골라야 하나?
염소가죽 소재에 고어텍스를 사용한 제품이 그립감과 방풍, 방수, 통기성을 모두 갖췄다. 손목 부분에 벨크로가 있어 바람이나 눈이 스며들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 구조가 좋다. 내피가 부드러운 소재면 촉감이 좋고 보온성도 높다.